미국 부동산 투자의 '효자'로 여겨졌던 아파트 등 다가구 건물이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상업 부동산 시장에서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갑작스러운 부채 관련 비용 급증으로 인해 미국 전역의 많은 다가구 건물 소유주가 궤멸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미국 아파트 건물의 가치는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14% 하락했다. 그 직전 1년 동안 25% 급등했다가 추락한 것이다.

그간 임대형 아파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원격근무, 전자상거래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사무실이나 상가와 달리 공실률이 낮았다.

투자 위험도가 낮았고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하는 등 수익 전망도 장밋빛이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임대료 인상으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많은 빚을 져가며 아파트 임대 시장으로 몰렸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다가구 건물 모기지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급증해 약 2조달러(약 2천600조원)로 커졌다.

이는 사무실 관련 부채의 거의 두 배 규모라고 부동산 시장 정보제공업체 트렙은 추산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올해와 2027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다가구 건물 모기지 규모는 9천807억달러(약 1천280조원)에 달한다.

아파트 관련 대출의 대부분은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형태이지만 신규 대출에는 높아진 금리가 반영되는 데다 팬데믹을 거치며 단기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이들도 많아 투자자의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아파트는 상업용 건물보다 높은 금리에 더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플레이션과 보험료 인상 등으로 건물 운영비는 증가했고 자금 조달의 중요 원천이었던 지역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는 길은 좁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덩달아 부동산 가치도 떨어졌다.

이에 대해 부동산 금융 전문가인 피터 스토로프는 아파트 임대인들이 수소폭탄급 시나리오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모두가 사무실 임대 이슈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아파트 관련 채무불이행 위험은 매우 큰 문제이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LA), 휴스턴, 샌프란시스코의 다가구 건물 소유주들은 이미 수천채의 아파트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30억달러(약 3조9천200억원) 규모의 다가구 건물을 보유한 니티아 캐피털은 지난 3월 투자자들에게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대 수익치를 낮췄다고 알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파트 임대 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은행의 대출 문이 좁아지더라도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메이·프레디맥이 정부 지원 대출을 해줄 수 있고,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분석가는 주택 부족과 높은 임대료 수준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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