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피격당했고, 바이든은 후보에서 사퇴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세계가 요동친다.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에 대한 나름의 기대를 자산가격에 투영하고 있다.

대선까지 가는 길에 또 다른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7월 중순인 현시점에서는 지지율에서 앞서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가정한 '트럼프 관련주'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뉴욕 증시에는 공화당 지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종목 바스켓을 만든 ETF와 민주당 지지 기업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가 거래되고 있다. 포인트 브리지 아메리카 퍼스트(MAGA) ETF는 공화당 지지 기업, 데모크라틱 라지 캡 코어(DEMZ) ETF는 민주당 지지 종목군으로 구성돼 있다.

2024년에는 전반적으로 DEMZ의 성과가 MAGA를 압도한다. 7월 22일 현재까지의 연간 수익률은 DEMZ가 17.9%, MAGA가 10.6%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당의 전통적 우호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주요 빅테크(거대정보통신기업)들이 대거 DEMZ의 구성 종목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시가총액 3조 달러 고지에 올라선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두 DEMZ 구성 종목들이다. MAGA의 주요 구성 종목들은 월마트와 나이키, 노스톱 그루만(방산), KKR(사모펀드) 등이다.

다만 트럼프 피격 이후(7월 15~22일)에는 MAGA가 1.6%, DEMZ가 -1.3%의 등락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큰 추세의 반전 여부를 단언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트럼프 지지율 상승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가 내건 공약들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개별 공약의 효과를 떠나 일관성이 크게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모두 낮춘다는 감세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인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 역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입장과 배치된다.

또 감세는 미국의 대외수지 적자를 더 증가시키면서 글로벌 불균형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수사로 받아들이고, 집권 이후 현실론으로의 회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집권했던 2017~2020년 자산시장의 성과를 돌아보는 것도 향후 장세 대처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당시 가장 성과가 좋았던 자산은 나스닥의 기술주들이었다. 트럼프 집권기에 나스닥지수는 122% 급등했다.

사실 나스닥의 주류를 이루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지지 세력이다. 실리콘밸리가 속해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늘 민주당이 승리하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직후에는 실리콘밸리에 큰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 아래는 2016년 대선 직후 애플의 CEO 팀 쿡이 동료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다. 트럼프 당선 직후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느꼈던 당혹감이 잘 묻어나 있다. (필자 제공)
『동료 여러분

저는 많은 분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두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서 대등한 표를 모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격한 감정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두 후보자로 나뉜 표심만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팀입니다. 우리 개개인이 어떤 후보자를 지지했는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다 함께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50년 전에 했던 말씀이 기억나는군요. "날지 못한다면 뛰어라, 뛰지 못한다면 걸어라, 걷지 못한다면 기어라."

이 조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으며, 오직 우리에게 주어진 훌륭한 일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임을 일깨워 줍니다.

향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가 오늘 있었지만, 애플의 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우리 회사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이곳 미국과 전 세계에 있는 동료들의 다양성을 축복합니다. 앞으로 나아갑시다, 다 함께!
2016년 11월 팀 쿡』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기업인은 인터넷 결제 툴인 페이팔의 CEO 피터 틸이 유일했다. 최근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지만 실리콘밸리의 주류는 아니다.

대부분의 결과는 그 결과를 불러온 이유가 있다. 나름의 경로의존성을 갖는 셈인데, 트럼프 집권기 나스닥 기술주들의 상승은 정책과 무관했다.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헤게모니를 미국 기술주들이 잡고 있었고, 트럼프 집권 4년 차에 엄습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비즈니스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키면서 이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정권과 무관하게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가졌고, 주가도 이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인프라 관련주들의 성과는 매우 부진했다. 인프라 투자를 정부 주도로 하기보다 민간 자본과의 매칭에 주력하다 보니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정치적 득실을 너무 따질 일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책에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자체가 매우 가변적인, 불확실한 영역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책에 대해 비교적 확실성이 높은 예측은 트럼프가 친환경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정치 이벤트와 무관한 경로의존성에 대한 고려가 더 중요하다. 미국 경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로 2023~2024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을 했고, 미국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은 2016년 트럼프 집권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져 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자산시장은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봐야 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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